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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조금은 해묵은 이야기를 꺼내보려 한다.

바야흐로 입시에 실패하여 오랜 수험의 터널에서 방황하고 있던 시절,
평소에 내가 잘 따르던 누님이 한 분 계셨는데
아직도 나에게 전해줬던 편지의 내용이 잊히질 않는다.

그 편지의 주된 골자가 이 글의 제목인 '이해와 공감'이다.

이야기의 몰입을 위해 조금의 썰을 풀어보자면,
이 누님은 나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파란만장한 수험 생활을 겪으신 분이었다.

현역 시절 시험을 조금 망쳐서(?) 서울에 공대로 유명한 H대 기계과 입학.
본인은 의대를 가고 싶었지만 수능 때 미끄러져서 재수를 하려 했으나 담임이 원서를 본인 모르게 넣어둠...
그때만 해도 그런 게 됐나 보다. 요즘이었다면 진짜 큰일 날 일인데

결국 대학 생활에 적응 못하고 자퇴를 한 후,
미국 유학을 바로 준비해서 미국에 있는 의대 진학.
그런데 막상 가서 해보니까, 본인이 생각했던 이상하고 너무 달랐다고 함.
그래서 다시 자퇴 후, 한국 컴백.

결국 다시 수능을 봐서 신촌에 있는 Y대 정치외교학과 입학.
이과에서 문과로 전향하는 게 이렇게 쉬운 거였나ㅎㅎ

 

(출처 : unsplash)


뭐 어찌 됐건, 이 누님이 수험생이었던 나에게 조언의 의미가 담긴 편지를 준 적이 있었다.
그때 해줬던 이야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이 다음과 같았다.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하는 것은 꼭 같은 일을 겪지 않아도 가능하지만,
똑같은 상황이 되어보지 않으면 완전한 공감을 할 수 없다."


내가 겪고 있는 어려움과 고민을
먼저 겪어 본 사람이 공감해줬던 그 기분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당시에도 정말 맞는 말이구나 싶었는데,
삶의 경험을 조금 더 쌓은 지금에 와서도
변함없이 그 의미를 곱씹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아이를 갖기 전에는
'부모님이 나를 많이 사랑하시는구나'
라고 추상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다면,

내 아이를 갖고 난 후에는
'아, 부모님은 나 대신 목숨을 버릴 수 있을 정도로 나를 사랑하셨었구나'
라고 알 수 있게 되었다.

 

(출처 : unsplash)


혹시 남 모를 어려운 상황과 환경에 좌절하고 있다면,
당신은 다른 누군가를 공감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된 것일지 모른다.

이해를 넘어선
진정한 공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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