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X됐다. 그것이 내가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다. 나는 X됐다. - The Martian의 첫 세 문장 박사 과정을 시작한 지 1년 9개월째 두 번째 tape out이 어제 끝났다. 알고리즘 -> RTL -> Front End -> Back End까지 전부 혼자 수행해야 하는 대장정.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장렬히 산화했다. 신규 공정. 처음 해보는 multi voltage threshold design. 연구실 최초로 clock gating을 모든 디자인에 적용. 리스크한 도전이었기에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지만 time borrowing으로 앞 단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했다. 결국 Back End 마지막에 발생하는 예상 못한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빌린 시간에 대한..
2022년 한 해 동안 최고의 문장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코 '중꺾마'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문장의 줄임말인데,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이 16강에 진출하면서 했던 세리모니를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되었지만, 사실 이 말의 유래는 따로 있다. 나는 피지컬과 에임에 있어서는 두 수는 접어둘 만큼 실력이 일천하기에 AOS나 FPS 장르의 게임과는 거리가 멀었던 사람이다. 그래서 잘은 모르지만 이 말의 유래를 오랫동안 우승과는 연이 없었던 Deft라는 한국 선수가 드라마 같은 명경기를 롤드컵 결승에서 펼치면서 했던 인터뷰에서 나왔던 말이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다. 어찌 됐건, 갑자기 이 말을 꺼내게 된 이유는 최근 깨달은 바가 있어서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어서인데, 이 이야기의 본질이 ..
Overclocking이란, 기본적으로 설정된 CPU의 클럭보다 높은 주파수로 강제로 동작시키는 것을 말한다. 당연히 클럭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연산도 더 빠르게 할 수 있게 되어 성능이 올라가는 효과를 얻게 된다. 다만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제조업체에서 안정적으로 시스템이 구동되기 위해 정해둔 클럭 속도보다 높게 동작하므로, 발열이 더 심하게 발생하며 하드웨어의 수명도 단축될 수 있다. 대학원 박사과정 1학기 과정이 6월 마지막 주로 마무리되었다. 석사 시절을 미루어 볼 때, 어차피 연구가 메인이기 때문에 코스웍은 크게 얻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것은 나만의 편견이 아니었나 싶다.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그만큼 힘에 부치기도 했다. 특히 6월 한 달은 3개의 프로젝트와..
나름 안정적인 회사 생활을 하다가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될 기회가 생겨 준비 중에 작은 깨달음을 얻어 글로 남겨 둔다. 회사에서 종종 신입이나 인턴사원의 면접 위원으로 참가하게 된 적이 있었다. 그들이 가진 간절함의 무게에 대해 솔직히 백 프로 공감하고 면접에 임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것은 나에게 주어진 '일'이었기에 다만 '일'로서 충실했을 뿐이었다. 가끔씩 메일 등으로 여러 문의를 받는 경우도 있었는데, 솔직히 하는 일에 치이다 보면 답장은 자연스레 후순위로 밀리곤 했다. 나도 그들에겐 갑이었는지 모른다. 을이 되어 답변 메일을 기다리는 입장이 되어보니 입이 바짝 마르고, 텅 빈 메일함만 수시로 살펴보며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다. 지원자의 입장에서 가장 힘든 것은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나는 사전에..
오늘은 조금은 해묵은 이야기를 꺼내보려 한다. 바야흐로 입시에 실패하여 오랜 수험의 터널에서 방황하고 있던 시절, 평소에 내가 잘 따르던 누님이 한 분 계셨는데 아직도 나에게 전해줬던 편지의 내용이 잊히질 않는다. 그 편지의 주된 골자가 이 글의 제목인 '이해와 공감'이다. 이야기의 몰입을 위해 조금의 썰을 풀어보자면, 이 누님은 나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파란만장한 수험 생활을 겪으신 분이었다. 현역 시절 시험을 조금 망쳐서(?) 서울에 공대로 유명한 H대 기계과 입학. 본인은 의대를 가고 싶었지만 수능 때 미끄러져서 재수를 하려 했으나 담임이 원서를 본인 모르게 넣어둠... 그때만 해도 그런 게 됐나 보다. 요즘이었다면 진짜 큰일 날 일인데 결국 대학 생활에 적응 못하고 자퇴를 한 후, 미국 유학을 ..
보통 알고리즘이라 하면, 굉장히 복잡한 개념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무의식적으로 학습된 알고리즘에 따라 선택을 하게 된다. 이는 일을 처리하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봐도 무방하고, 선택에 있어서 따르게 된 기준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오늘 뭐 먹지?" "어제 김치찌개를 먹었으니 오늘은 돈가스를 먹어야겠다!" 이런 한없이 사소한 생각도 알고리즘이라고 볼 수 있다. 삶에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알고리즘은 무엇일까? 인생이라 해봐야 끽해야 3~40년 남짓한 시간을 살았지만 Divide and Conquer만큼 인생에 도움이 되는 알고리즘이 또 있을까 싶다. 간단히 말하면 일을 작은 단위로 나누고 각각 처리 하고 합친다. 뇌과학 전문가들이 말하길, 뇌의 반발을 줄이려면, 이 놈을 잘 구슬리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