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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면, 가장 먼저 나를 반기는 것은 익숙한 책 내음이다. 아마도 그것은 종이라는 재료에서 오는 특유의 향일 것이다. 나는 오랜 벗과 같은 종이의 냄새를 좋아한다. 책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오는 아늑함과 함께, 편안한 그 향은 나의 발걸음을 자꾸 서점으로 향하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나는 처음부터 전자책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책은 모름지기 종이를 넘기는 손 맛임은 물론이거니와, 과감하게 일필휘지로 중요 부분에 줄을 그어가며 봐야 한다는 개똥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절대 전자책은 종이책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며, 나도 러다이트 운동의 전사들처럼 이 문명의 이기에 처절하게 몸부림치며 저항하리라 다짐했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녀석과의 만남은 1개월 무료 이벤트라는 은밀하고 거부할 수 없는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어차피 한 달이 지나면 구독을 자유롭게 끊을 수 있다는 그럴듯한 합리화와 함께, 절대 '전자책은 안된다'는 나의 마음속 다짐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가뜩이나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거의 읽지 못하던 터라, 모로 가도 산으로만 가면 된다는 생각으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였다. 그렇게 시작한 전자책과의 동행이 지금에 와서는 e-book 리더기를 구매하게 만들고, 전자책을 넘어 오디오북까지 구독을 하게 만들었다. 무엇이 사람을 변하게 만든 것일까?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사랑이 변한게 아니라, 사람이 변하는거야. (영화 - 봄날은 간다.)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짬이라는 것은 본디 일을 하던 중간에 잠깐 발생하는 여유 시간을 말한다. 다른 말로는 자투리 시간이라고도 한다. 전자책과 오디오북이 가지고 있는, 종이책과 비교하여 가장 막강한 차별점이 바로 이 것이다. 짬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것. 종이책은 물리적인 특성상, 무게와 부피가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자책은 달랐다. 스마트폰과 이어폰만 있으면 내가 가는 곳은 어디서나 책과의 밀회 장소가 되었다. 특히 출퇴근길에 듣는 오디오북은 정말 강려크 했는데, 평소 듣던 음악이나 라디오 대신 오디오북으로 바꾼 이후에 한 달에 평균적으로 책을 6권 남짓하게 읽게 되었다. 

 

 

올해 4월부터 7월까지 읽은 책 목록

 

 

  특히 윌라 오디오북은 나의 독서 라이프 퀄리티 향상에 지대한 공헌이 있었다. 밀리의 서재는 오디오북을 제공하지만, 모든 책을 지원하지는 않는다는 것과 전문 성우보다는 연예인들의 참여가 많다는 점이 사실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윌라는 오디오북만 전문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성우진의 연기 클라스도 남달랐고, 소설의 경우는 여러 가지 배경음이나 효과음까지도 첨부하여 생동감을 더욱 자극하였다. 나는 유튜브도 2배속으로 보는 극한의 효율충인데, 윌라는 배속 기능까지도 잘 지원해주어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3개월 통계 - 윌라의 지분이 가장 높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은 아무래도 책을 소장하는 느낌이 잘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차피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해서 보는 것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뭔가 기분상 더 그런듯한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이건 디지털 콘텐츠가 갖는 태생적 한계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도 진짜 소장하고 싶은 책의 경우에는 종이책으로 구매해서 서가에 두고 간직하려 한다. 또 한 가지 단점은 나는 책을 읽을 때 메모하고 줄 치면서 보는 걸 좋아하는데, 이게 전자책으로 하기엔 좀 애매하다. 기능 상으로는 지원하는 게 맞는데, 작은 스마트폰 화면에 메모를 하자니 조작감도 좋지 않고 잘 안 하게 된다. 역시 이 부분도 종이책의 감성을 따라가기는 힘든 듯하다. 

 

 

 


 

 

맺으며

 

  아직 2022년이 절반이나 남았으나, 지금까지 올해 가장 잘한 것을 꼽으라면 당연 전자책과 오디오북 사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생산성을 올려주는 최강의 아이템이라고 자부한다. 월 구독료가 1~2만 원 정도 나가는데, 나를 위한 과감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한 번 사용해보는 걸 추천드린다. 정 껄끄러우시다면, 대부분의 서비스가 1달 무료 체험을 제공하고 있으니, 일단 찍먹이라도 해보는 게 어떨까? 옛 말에 책은 마음의 양식이요, 장자의 천하(天下) 편에는 사내는 살아생전 수레 다섯 개를 채울 정도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했다. 뭐 거창하게 그런 거 까지 생각하지 말고, 평소 읽고 싶은 책 한 권이 있었다면, 이제 장소에 구애받지 말고 편하게 읽어보자. 누구의 말처럼 책을 읽고 인생이 바뀔지는 모르겠으나, 오늘 하루가 조금 더 풍성해지는 경험은 분명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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