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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탄생 - 창의적 인간. 그리고 열 세 가지 생각법
이 책은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셸 루트번스타인이 지은 아주 유명한 책이다.
이 책을 처음 접했던 것은 대학 교양 수업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교양필수 과목이었고, 정확한 과정명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창의적 공학 설계' 등의 이름이지 않았을까 싶다. 수업 내용은 아이디어 발상을 도와주는 방법론인 TRIZ를 메인으로 하고 있었고, 팀별로 해결해야 할 난제 중 하나를 선택하여 창의적으로 문제를 풀어내는 것이 수업의 목적이었다.
당시 오늘 독서 감상을 나눠볼 책인 '생각의 탄생'이 참고서적 중 하나였다. 대부분의 대학생이 그렇듯이 나도 교과서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고 교수님이 따로 발표용으로 사용하신 유인물로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솔직하게 말하면, 이 책을 다 읽지는 못했었다. 책의 두께가 두꺼웠던 것도 책을 완독하지 못한 것에 크게 일조했지만, 당시 솔직한 내 느낌은 구성 자체가 독자들을 세심하게 배려하지는 않는듯했다. 쉽게 손이 가지 않는 책이었달까.
몇 달 전, 본가에 가서 낡은 책장에 꽂혀있는 이 책을 발견했고, 무언가에 이끌리듯이 책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한 장씩 읽어나갔다. 조금은 바래진 종이와 세월을 머금은 눅눅함이 손끝으로 느껴졌다. 교과서가 아닌 마음의 양식을 쌓기 위해 집어 든 이 책은 더는 나를 이방인으로 느껴지지 않게 하였다. 친숙하고 익숙한 방식으로 역사적으로 위대한 인물들의 생각 도구들을 눈 앞에 펼쳐 보여주었다. 그들의 창조적 발상의 원천과 위대한 결과를 이끌어낸 생각의 방법론이 고스란히 이 책에 담겨져 있었다.
책 속에는 창조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에 대한 다양한 사례가 담겨져있다. 무엇보다도 유명한 인물들의 일화로 알기 쉽게 내용을 설명하고 어떻게 실생활에 적용해야 하는지 자세히 다루고 있다. 다빈치에서 파인먼까지 역사에 빛나는 족적을 남긴 위인들의 생각법이 담긴 생각의 탄생은 다음의 열 세가지 챕터로 되어 있다.
생각도구 1. 관찰
생각도구 2. 형상화
생각도구 3. 추상화
생각도구 4. 패턴인식
생각도구 5. 패턴형성
생각도구 6. 유추
생각도구 7. 몸으로 생각하기
생각도구 8. 감정이입
생각도구 9. 차원적 사고
생각도구 10. 모형 만들기
생각도구 11. 놀이
생각도구 12. 변형
생각도구 13. 통합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위인들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은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그의 직업은 무엇이엇을까? 과학자, 건축가, 음악가, 화가, 발명가, 식물학자 등. 그의 직업은 그 누구라도 쉽게 무엇이라고 정의 할 수 없다.
▲ 다빈치의 노트는 그의 통합적 사고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증거이다.
이 책에서는 각 분야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이 앎의 시야를 넓히는 일이라고 말한다. 1회독을 마친 이 시점에서 보면,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결과를 남긴 그의 생각법은 아마도 통합적 사고가 아니었을까 싶다. 각각의 생각 도구들이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체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시너지 효과를 통해 혁신적인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다음은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을 챕터별로 간단히 정리해보았다.
생각을 잘할 수 있는 도구 열 세 가지.
관찰
수동적인 보는 것이 아니라 참을성과 끈기를 가지고 오감을 이용하여 주의 깊게 적극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ex) 마르셀 뒤샹의 샘은 일상적인 사물에서 얻은 영감을 잘 나타낸 예술 작품.
형상화
머리로 이미지를 생생하게 떠올려라. 관찰 -> 상상 -> 형상화.
ex) 물리적 현상을 상상으로 구현해낸 아인슈타인.
추상화
대표하는 특징으로 나타내고 단순화시킨다.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하고 대표성을 나타내는 특징을 잡아야 한다. 불필요한 부분을 도려내면 사물이 본질에 가까워질 수 있다.
ex) 피카소 - 황소.
패턴인식
반복되는 패턴을 파악하는 것은 곧 미래를 예측하는 것과 같다. 각 사물 간의 연관성을 찾아야 한다.
ex) 자연의 무질서 속에서 찾은 프렉탈 구조.
패턴형성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 내는 행위이다. 특정한 규칙을 만들어 보고, 상이한 것들을 조합해 보는 과정에서 새로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ex) 푸리에 분석 : 복잡한 구조의 파장도 사인파로 설명할 수 있다.
유추
닮음이 아니라, 성격이 다른 것들 사이에 유사성을 찾는 것이다.
ex) 양자론과 음악 사이의 유사성. 정상파와 현의 진동.
몸으로 생각하기
직접 몸으로 행동을 느끼고 따라해본다. 생각하는 것은 느끼는 것이고 느끼는 것은 생각하는 것이다. 손지식을 쌓아야 한다.
ex) 헬렌켈러가 몸의 감각으로 정신적 도약을 이뤄낸 것.
감정이입
다른 대상의 내부로 들어가 살아본다. 즉, 타인의 눈으로 본다. 사냥에 성공하려면 사냥감처럼 생각하라.
ex) 제인구달이 침펜지 행동을 이해하게 된 계기.
차원적 사고
공간을 입체적으로 생각하고 2차원과 3차원 사이의 전환을 자유롭게 상상하라. 공간 및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다른 축의 차원으로 생각해보기.
ex) MRI 판독 : 2차원 사진을 통한 3차원의 진단.
모형 만들기
모형은 실제 혹은 가정적 실제 상황을 두고 필요한 규칙, 자료, 절차를 만들어내는 시뮬레이션이다.
ex) 전염병 확산을 막은 공중 위생 모형.
놀이
취미와 일의 경계가 모호한 사람이 가지는 장점이 있다. 놀이에는 뚜렷한 목적이나 동기가 없다. 오로지 흥미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
ex) 젓가락 행진곡은 딸과의 놀이 속에서 영감을 얻고 작곡.
변형
형태/구조를 변형시켜 본다. 한 가지 생각이나 자료를 다르게 변형시킴으로써 다른 특성과 용도를 얻는다.
ex) 주먹의 골을 이용하여 매달의 말일을 쉽게 기억하기
통합
여러 감각이 교차하는 현상이다. 생각의 본질은 감각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다. 느끼는 것과 아는 것은 하나다.
ex) 듣지 못하는 연주자 이블린 글레니의 공감각적 사고
결론적으로 '생각의 탄생'의 저자 루트번스타인은 전 분야를 넘나드는 전인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금은 철 지난 트렌드이긴 하지만 '멀티플레이어' 혹은 'T자형 인재' 등이 미디어를 통해 한창 대두되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은 조금 잠잠해졌지만, 문·이과 통합부터 시작해서 인문학적 소양을 가진 공학도 등의 이야기들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겠다. 위대한 인물들을 대부분 다방면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켈리그라피를 통해 얻었던 영감을 바탕으로 대다수의 애플 제품의 디자인 컨셉을 잡은 스티브 잡스의 일화는 이제는 너무나도 유명해져서 되레 식상하기까지 하다.
여러 분야를 섭렵하고, 그 안에서 창조성을 발휘하는 일은 분명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나 또한 2019년 새해 다짐으로 시작한 연필 스케치를 두 달 동안 계속해오고 있다. 스케치에는 뛰어난 관찰력과 특징을 잡아 빠르게 그리기 위한 추상화 능력이 필요하다. 1년간 배우고 있는 일렉기타 연주도 변형/놀이/몸으로 생각하기 등 다양한 생각의 도구들로 응용될 수 있다고 본다. 이처럼 축적된 인간의 경험을 통해 전인성을 광휘로 타오르게 하라는 저자의 제언처럼 나 또한 생각하는 연습을 앞으로도 꾸준히 정진해야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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