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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verclocking이란, 기본적으로 설정된 CPU의 클럭보다 높은 주파수로 강제로 동작시키는 것을 말한다. 당연히 클럭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연산도 더 빠르게 할 수 있게 되어 성능이 올라가는 효과를 얻게 된다. 다만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제조업체에서 안정적으로 시스템이 구동되기 위해 정해둔 클럭 속도보다 높게 동작하므로, 발열이 더 심하게 발생하며 하드웨어의 수명도 단축될 수 있다.

 

 

출처 : unsplash

 

 

  대학원 박사과정 1학기 과정이 6월 마지막 주로 마무리되었다. 석사 시절을 미루어 볼 때, 어차피 연구가 메인이기 때문에 코스웍은 크게 얻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것은 나만의 편견이 아니었나 싶다.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그만큼 힘에 부치기도 했다. 특히 6월 한 달은 3개의 프로젝트와 기말고사의 환상의 콜라보레이션으로 Overclocking 없이는 도저히 모든 것을 소화할 수가 없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레이아웃부터 합성, P&R, 검증까지 전체 칩 설계 흐름을 따라가 보는 프로젝트였다. 석사 시절에 Full custom 설계를 경험했다고 나름 자부하고 있었는데, 앞으로는 어디 가서 그런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학부 시절 스타트업 동아리에서 안드로이드 개발자로 잠깐 있었던 적이 있는데, 안드로이드 개발해봤다고 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더라. 당시엔 간단한 애플리케이션도 만들어보고, Java 수업에서는 나름 시험 성적으로 1등도 해봤었는데 지금은 정말이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이번에 프로젝트하면서 석사 시절 다뤘던 EDA 툴들도 처음 하는 것처럼 생소하기만 했다.

 

  교수님께서 감사하게도 성적을 후하게 주셔서 나름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다. 잠시 지난 날들을 복기해보면, 평소에 예습/복습 루틴을 만들려고 했으나 생각보다 잘 되지 않았다. 막달엔 시간이 부족하여 멀티태스킹을 할 수 없다 보니, 스터디나 사이드 프로젝트는 전부 올 스탑. 운동도 거의 못 가고 8kg가량 감량했던 몸무게도 다시 원상 복구되었다. Overclocking에 대한 부작용을 아주 제대로 경험한 셈이다. 다시 원래의 페이스로 돌아가기 위해 학기가 끝나자마자 교수님께 메일을 드리고 1주간의 휴가를 다녀왔다. 원래 휴가를 가면 그동안 쌓아둔 공부할 거리나 읽을 책을 챙겨가는 노잼 남편이자 빵점 아빠이지만, 이번엔 그냥 말 그대로 푹 쉬었다. 사실 이 것 저 것 챙겨갔지만 하나도 보지 못했다. 어찌 됐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충분히 쉬고 재충전을 했다. 이젠 슬립 모드에서 나와서 정상 클럭 스피드의 동작 모드로 전환해야 하는 시점이다.  

 

  배웠던 것을 잊지 않기 위해 블로그에 다시 정리 하는 과정을 방학 기간 동안 진행하려고 한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전체적인 퀄리티를 조금 낮추는 것을 고려 중이다. 글 하나 쓰는데 너무 많은 손이 가기 때문에 지식 전달이라는 목적이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적절한 타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번외로 6월 13일~15일까지 AICAS 학회를 다녀왔다. 인천 송도에서 있었던 학회로, 정말 오랜만에 경험한 지식 교류의 장이었다. 사실 이 포스팅도 별개로 하나 만들까 하다가, 그냥 근황 전달하는 글에 슬며시 끼워 넣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계속 미루다가 그냥 넘어갈 것 같아 짧게나마 남겨둔다. CAS society의 많은 학회가 있지만 AICAS는 이번이 4번째 개최로 비교적 최근에 생겨난 학회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AI와 관련된 회로 및 시스템에 대한 발표가 주를 이루며, 순수 알고리즘에 대한 발표도 왕왕 발견할 수 있었다. 

 

 

이번 학회는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렸다.

 

  다양한 기업에서 나와서 홍보를 했는데, Furiosa나 Sapion 같은 AI 반도체 스타트업도 볼 수 있었다. 학계와 산업계 모두 아직은 AI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뜨겁다는 것을 확인했다. 마찬가지로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각 기업들의 노력도 치열했다. 덕분에 기업 부스 방문 시 제공하는 여러 기념품(?)을 두둑이 챙길 수 있었다.

 

  학회에 오면 항상 느끼는 것이 영어의 중요성이다. 당연히 듣는 것도 잘해야겠지만 유창한 말하기가 정말 중요하다. 일단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사람의 입장으로 발표자가 유창하게 영어로 내용을 전달하면 알 수 없는 신뢰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4년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무조건 영어 하나는 잡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만드는 값진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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