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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임의 공간/단상(斷想)

008_중꺾마

DreamSailor 2023. 4. 12. 15:54

2022년 한 해 동안 최고의 문장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코 '중꺾마'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문장의 줄임말인데,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이 16강에 진출하면서 했던 세리모니를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되었지만, 사실 이 말의 유래는 따로 있다.

 

나는 피지컬과 에임에 있어서는 두 수는 접어둘 만큼 실력이 일천하기에 AOS나 FPS 장르의 게임과는 거리가 멀었던 사람이다. 그래서 잘은 모르지만 이 말의 유래를 오랫동안 우승과는 연이 없었던 Deft라는 한국 선수가 드라마 같은 명경기를 롤드컵 결승에서 펼치면서 했던 인터뷰에서 나왔던 말이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다.

 

 

출처: 쿠키뉴스

 

어찌 됐건, 갑자기 이 말을 꺼내게 된 이유는 최근 깨달은 바가 있어서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어서인데, 이 이야기의 본질이 '중꺾마'정신이기 때문에 Deft 선수의 명언을 빌려왔다. 

 

내가 석사를 졸업한 게 2015년이니까 벌써 8년 전이다. 

 

내가 입학하던 해에 박사를 따고 졸업한 선배가 한 명 있었는데, 이 선배가 나와 같은 회사에서 쭉 일하다가 한 3~4년 전에 벨기에에 있는 반도체 회사로 이직을 했다. 거기서 커리어를 잘 쌓고 있다는 소식만 종종 들었는데, 최근에 모대학에 교수로 부임했다고 연락이 왔다. 반갑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벌써 랩 소개 웹페이지도 만들었더라. 형의 연구 분야 소개를 보면서 석사 시절 향수에도 잠시 젖었다가 살포시 publication 메뉴를 눌렀는데, 와우.

 

회사에서 쌓은 실적도 대단했지만, 내가 가장 놀랐던 것은 21년도에 IEEE TCAS2에 형이 발표한 저널이었다. 논문을 열어 보니 석사 졸업 전에 내가 형의 연구를 이어받아서 IEEE Sensors 학회에 초록을 제출했다가 광탈하고 접어버렸던 바로 그 연구 내용이었다. 형은 그 연구를 무려 8년 동안 묵혀두었다가, 임용 실적이 필요한 21년 무렵이 되어 논문화 시킨 것이다.

 

8년 전 연구 데이터를 계속 가지고 있었다는 것도 놀랍고, 그 연구를 결과적으로 실적으로 승화시켰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놀라웠다. 난 해당 학회에 떨어지면서 다시 논문 제출을 시도할 마음 자체를 접었었는데, 형은 그 연구결과를 오랜 시간 동안 마음 한편에 계속 품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내가 그때 마음을 접지 않고, 회사에 가서라도 논문을 계속 트라이했더라면 실적으로 만들 수 있었을까라는 아쉬움 반. 그러나 하지 못했던 지난날에 대한 후회 반. 결국엔 이러한 아쉬움과 후회를 뒤로 하고 소소한 깨달음 하나를 건져간다.

 

대부분의 원하는 결과를 이뤄낸 사람들의 공통점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있었다는 것이다.

기회는 이러한 마음이 있는 자를 알아본다.

아직은 목표가 이뤄질 때가 아니라 해도, 끝까지 이 마음을 지니고 있는 사람에게만 새로운 때가 찾아오는 법.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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