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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임의 공간/단상(斷想)

009_회고

DreamSailor 2023. 12. 7. 10:18

아무래도 X됐다.

그것이 내가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다.

나는 X됐다.

- The Martian의 첫 세 문장

 

출처: DALL-E 3

 

 

박사 과정을 시작한 지 1년 9개월째

두 번째 tape out이 어제 끝났다.

알고리즘 -> RTL -> Front End -> Back End까지 전부 혼자 수행해야 하는 대장정.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장렬히 산화했다.

 

신규 공정.

처음 해보는 multi voltage threshold design.

연구실 최초로 clock gating을 모든 디자인에 적용.

 

리스크한 도전이었기에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지만

time borrowing으로 앞 단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했다.

결국 Back End 마지막에 발생하는 예상 못한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빌린 시간에 대한 이자까지 쳐서 타임 아웃을 선고받았다.

 

이번에 칩이 들어갔어도 내년 여름에야 나올 테고

패키지하고 PCB 뜨고, 보드 셋업하고 측정하고 논문 썼어도 빠듯했을 일정이었는데,

이렇게 어그러지는 바람에 졸업이 묘연해졌다.

 

솔직히 마션의 첫 문장처럼 X된 상황인데,

이제부터는 살 길을 어떻게든 찾아야 한다.

 

언제나 최악의 상황은 올 수 있는 것이고,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말처럼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다.

 

 

출처: DALL-E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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