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면, 가장 먼저 나를 반기는 것은 익숙한 책 내음이다. 아마도 그것은 종이라는 재료에서 오는 특유의 향일 것이다. 나는 오랜 벗과 같은 종이의 냄새를 좋아한다. 책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오는 아늑함과 함께, 편안한 그 향은 나의 발걸음을 자꾸 서점으로 향하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나는 처음부터 전자책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책은 모름지기 종이를 넘기는 손 맛임은 물론이거니와, 과감하게 일필휘지로 중요 부분에 줄을 그어가며 봐야 한다는 개똥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절대 전자책은 종이책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며, 나도 러다이트 운동의 전사들처럼 이 문명의 이기에 처절하게 몸부림치며 저항하리라 다짐했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녀석과의 만남은 1개월 무료 이..
지금의 나에겐 어렴풋한 기억이지만 아마 진로에 대한 고민은 모든 대학생들의 숙제일 것이다. 취업 vs 진학 일차 관문은 취업과 진학 사이의 고민이었다. 4년 동안의 학부 과정에서 이유 모를 갈증을 느끼고 있는 터라,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막연하게 석사 과정 가운데 학문의 깊이를 탄탄하게 쌓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이하 생략. 디지털 회로 설계 vs 임베디드 시스템 설계 내가 관심 있던 두 가지의 테크 트리가 있었는데, 디지털 회로와 임베디드 시스템이다. 두 가지는 묘하게 닮아 있으면서 어떻게 보면 완전히 다른 분야였다. 정확히 50 대 50의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수업도 딱 반반 정도로 챙겨서 들었다. 결국 디지털 회로 설계자로 살아가게 되었지만, 현업을 하..
생각의 탄생 - 창의적 인간. 그리고 열 세 가지 생각법 이 책은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셸 루트번스타인이 지은 아주 유명한 책이다. 이 책을 처음 접했던 것은 대학 교양 수업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교양필수 과목이었고, 정확한 과정명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창의적 공학 설계' 등의 이름이지 않았을까 싶다. 수업 내용은 아이디어 발상을 도와주는 방법론인 TRIZ를 메인으로 하고 있었고, 팀별로 해결해야 할 난제 중 하나를 선택하여 창의적으로 문제를 풀어내는 것이 수업의 목적이었다. 당시 오늘 독서 감상을 나눠볼 책인 '생각의 탄생'이 참고서적 중 하나였다. 대부분의 대학생이 그렇듯이 나도 교과서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고 교수님이 따로 발표용으로 사용하신 유인물로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솔직하게 말하면, ..